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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리뷰 (빌런, 액션, 아쉬운점)

by 배다코끼리 2026. 4. 7.

솔직히 저는 속편이라는 것을 그다지 믿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트랜스포머, 타짜, 나우유씨미까지, 제가 직접 보면서 "왜 굳이 2편을 만들었나" 싶었던 경험이 쌓이다 보니, 범죄도시2 개봉 소식을 듣고도 반쯤은 체념한 상태로 영화관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든 첫 생각은 의외였습니다. "재미있다. 다만, 매력이 다르다."

속편 징크스, 이번엔 통했는가

일반적으로 시리즈물의 2편은 1편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스케일만 키우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속편 징크스(sequel curse)란, 전작의 성공 요소를 과도하게 반복하다가 오히려 신선함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잘 됐던 것만 긁어모으다 보니 처음 봤을 때의 임팩트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범죄도시2는 이 징크스를 완전히 피해 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정면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느낀 건, 1편의 문법을 억지로 재연하려 하기보다 마석도라는 캐릭터의 강점을 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점입니다. 마석도가 어떤 상대든 당황하지 않고 제압하는 장면들이 전작보다 더 많아졌고, 그 덕분에 관객 입장에서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내 영화 산업 통계를 보면 속편 제작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범죄도시2는 2022년 개봉 후 1,269만 명이라는 관객수를 기록하며 그해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는 속편에 대한 관객의 피로감보다 마석도 캐릭터에 대한 신뢰가 더 컸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빌런 강해상, 카리스마의 구조적 한계

제가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빌런이었습니다. 손석구 배우는 이전 작품들에서 매력적인 페이스와 은은한 아우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악역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를 걸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손석구 배우 자체는 잘 해냈습니다. 문제는 캐릭터 설계, 즉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방식에 있었습니다. 캐릭터 아크란 극 중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방식으로 제시되고 변화하는지를 가리키는 서사 구조 개념입니다. 강해상은 전투력, 사이코패스적 잔인함, 두뇌 플레이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장첸의 상위 스펙처럼 보였음에도, 실제로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오히려 장첸보다 낮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강해상이 너무 자주 직접 폭력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서 대놓고 경찰을 찌르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면은 긴장감을 만들기보다 오히려 캐릭터의 밑천을 드러내는 역효과를 냅니다. 장첸은 직접 싸우는 장면이 많지 않았지만, 부하들의 충성심과 조직 장악력을 통해 보스로서의 위압감을 만들었습니다. 강해상은 조직도 없고 배후도 없는 고독한 범죄자였기에, 구조적으로 장첸 같은 존재감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전투력과 카리스마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이 영화가 보여준 가장 뼈아픈 교훈이었습니다.

마석도 액션과 팀 플레이의 완성도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마석도를 슈퍼히어로가 아닌 팀의 가장 강력한 카드로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앙상블 캐릭터 구조(ensemble character structure)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앙상블 구조란, 주인공 한 명에게 서사를 몰아주지 않고 조연 캐릭터들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극의 균형을 잡는 방식을 말합니다.

마석도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면, 동료 경찰들은 무능한 조연으로 전락했을 겁니다. 하지만 2편에서는 전일만 반장이 베트남 현지 수사를 주도하고, 신구 막내 콤비가 인질 구출에 직접 기여하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마석도가 최후의 순간에 등장했을 때 그 힘이 더 빛났습니다.

마지막 버스 안에서 펼쳐지는 강해상과의 대결은 말이 필요 없는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마체테를 피하며 강해상을 제압하는 장면은, 보면서 제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마동석 특유의 리버 블로(liver blow)는 1편의 뺨 때리기에 버금가는 파괴력이 있었습니다. 리버 블로란 복부 옆 간(liver) 부위를 가격하는 타격 기술로, 맞는 사람이 즉각적으로 무력화될 만큼 고통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버스 안이라는 공간적 제약 속에서 이 기술 하나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낸 연출은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아래는 2편에서 마석도 팀 플레이가 돋보였던 장면들입니다.

  • 전일만 반장의 베트남 현지 수사 주도
  • 신구 막내 콤비의 인질 구출 작전
  • 김인숙 여사의 지략을 활용한 경찰과의 공조
  • 마석도가 최후 순간에 등장해 결정타를 날리는 구조

1편과 2편, 무엇이 달라졌는가

제가 앞선 1편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범죄도시1은 느와르(noir) 장르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느와르란 어둡고 비관적인 세계관, 도덕적으로 회색지대에 있는 인물들, 그리고 냉혹한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영화 장르를 말합니다. 1편은 그 어두운 분위기 덕분에 빌런인 장첸과 위성락이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마석도가 그 세계로 뛰어드는 구도가 자연스러웠습니다.

반면 2편은 그 다크함이 상당 부분 걷혔습니다. 그 자리를 유머와 마동석의 파워풀한 액션이 채웠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1편이 형사물 느와르에 가깝다면 2편은 좀 더 밝아진 히어로 액션물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15세 관람가라는 등급 설정도 그 방향과 일치합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업 영화는 2010년대 이후 단독 히어로 캐릭터 중심의 프랜차이즈 구조로 이행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출처: 한국영상자료원). 범죄도시 시리즈도 그 흐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장이수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은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강해상 앞에서 자신을 장첸이라고 소개하는 유머 장면은 전혀 웃기지 않았고, 1편에서 쌓아온 장이수의 카리스마를 오히려 갉아먹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베트남을 치안이 없고 범죄와 마약이 넘치는 공간으로 그려낸 방식은 불편했습니다. 현실 기반 히어로물을 표방하는 작품이 특정 국가를 손쉬운 무대로 소비하는 태도는,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범죄도시2는 전작의 재미를 이어받으면서도 방향을 바꾼 작품입니다. 1편과 단순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뛰어나냐고 묻는다면 저는 1편 손을 들겠지만, 2편 자체가 실패작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속편 징크스를 피하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먹혔고, 마석도라는 캐릭터의 세계를 확장하는 데는 충분히 성공했습니다. 아직 시리즈를 보지 못한 분이라면 1편부터 순서대로 보는 것을 권합니다. 두 편을 연달아 보면 이 캐릭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 차이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qt4-z9_8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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